이장 감투 놓고 감정싸움 번져
행정 중재역할 등 제도적 한계
지속되는 갈등 관리 방안 필요
임명·해임 관련 규정 보완해야

지역 곳곳에서 마을이장 선거를 둘러싼 분쟁이 속출해 지역공동체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행정의 중재 역할 한계로 이장 선거 때마다 마을 주민들 간 분쟁이 빈번해 갈등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어촌 지역은 복수의 이장 후보가 나서 선거를 치르는 곳이 적지 않다. 이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규모 투자와 개발이 예상되거나 각종 중앙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지원 사업이 많은 농어촌 지역의 이장은 권한과 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마을이장 자리가 단순 봉사직이라는 얘기는 옛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 영광 하낙월도 외지인 원정 투표 논란, 장성 유탕리 주민간 욕설·주먹다짐도

영광·장성·함평에서도 이장의 권한과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최근 영광군 낙월면 하낙월리에서도 이장 선거로 인한 주민 갈등이 빚어졌다. 새 이장을 뽑기 위해 주민등록만 두고 있는 외지인이 풍랑을 뚫고 육지에서 섬으로 들어와 투표권을 행사해 주민들 간 한차례 소동이 일었다.

지난 8일 주민 20명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의 이장을 뽑는데 이장 후보로 2명이 출마해 선거가 치러졌다. 이날 선거는 기상악화로 풍랑주의보가 발효돼 여객선조차 뜨지 못하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아 신속히 진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투표가 임박하자 해산물 운반선 한 척이 도착했고, 외지인 9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들은 해당 리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었지만 실제 거주하고 있지 않는 자들로, 투표를 위해 섬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분 확인 뒤 투표에 참여하게 됐고, 이에 주민 다수는 공정하지 않다며 투표권 행사를 포기했다. 결국 투표자는 외지인 9명, 주민 7명 등 모두 16명이었다. 개표 결과 특정 후보에게 몰표가 나왔다는 후문이다.

낙월면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까지 100억 원이 들어가는 낙월도 명품어촌 개발사업을 두고 이장선출 과정에 이해가 갈린다는 시각도 있는 한편, 주민들 간 해묵은 반목이 깊었는데 선거로 인해 갈등이 격화된 것으로 보여진다는 설명이다.

이장 임명권을 가진 낙월면장은 “선거 결과에 따라 마을에서 면에 추천서를 내야하는데 주민들 간 의견이 절충되지 않아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장성군 유탕리에서도 이달 실시된 이장 선거에서 마을 주민들 간 욕설이 오가고 주먹 다짐을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함평군 해보면 오두마을에서는 지난해 2월 말 치른 이장 선거가 위장전입 논란에 무산되기도 했다. 전입신고만 해놓은 실거주민이 아닌 자에게 투표권이 부여되면서 일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샀기 때문이다. 당시 함평군청 소속 공무원이 위장전입 문제에 연루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제각기 다른 규약 갈등 키워…일관된 지침 마련해야

이장 임명은 해당 읍·면장이 하지만 선출은 주로 마을총회에서 정한 마을운영규약에 따라 이뤄지기에 선거방법부터 절차, 투표권 등 기준이 마을마다 제각각인 실정이다. 이장 선출 시기도 임기에 따라 마을마다 다르다.

영광 낙월면 하낙월리의 경우 주민등록을 두고 있는 주민이라면 누구나 투표를 할 수 있게 돼 있는가 하면, 또 다른 마을의 경우 한 가구당 한명에게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곳도 있다.

또 자치단체들마다 이장의 임명과 해임에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고 제각각 달라 갈등과 혼란이 커지는 실정이다.

이장 임명 규칙을 보면 영광군과 보성군의 경우 이장의 임기는 3년이고 2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제하고 있다. 고흥군은 이장의 임기를 2년으로 하고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보성군과 고흥군은 후임자가 없는 경우에는 마을총회의 의결에 따라 연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반면, 장성군과 함평군의 경우 이장의 임기는 2년이며 제한 없이 연임이 가능하다. 때문에 장성지역 내 최장기간 동안 이장직을 수행한 이장은 올해로 29년째다. 함평지역 내 최장기간 이장직을 수행한 이장은 30년이 넘는다.

농어촌의 변화상에 맞춰 이장의 권한과 역할이 커지면서 관련 규정도 손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경호 낙월면장은 “제도적으로 마을마다 선거규정이 제각각이기에 혼란이 있는 실정이다. 주민 갈등을 최소화하고 투명한 선거를 위해 이장 선거 관련 표준안을 마련해 모든 마을이 통일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이태신 장성군의원은 “마을마다 선거규약도, 임기도 다르기에 들쑥날쑥한 부분이 많다. 일관된 지침을 마련해 주민 갈등의 소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라며 “각 지자체가 마을의 특성을 반영해 이장 임명과 해임에 관련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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