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와 멸치가 이슈가 되고 있다.월성원전 부지에서 삼중수소가 보고된데 따른 반박을 하면서 등장한 말이다.

친 원전 전문가로 분류되는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월성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의 삼중수소 피폭량은 1년에 바나나 6개나 멸치 1g을 먹는 수준”이라는 글을 올렸다.

얼마나 많은 돈을 원전 측에서 받아먹었으면 이런 글을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을까 싶다. 국민의 수준을 어떻게 보고 이렇게 여론을 호도하는지 모를 지경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 대부분에서 자연 방사선이 존재하고 우리는 그런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다.

물론 음식으로 섭취하는 바나나나 멸치에도 방사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방사선은 우리에게 치명적이지 않다. 자연스럽게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핵분열을 통해 나오는 방사능 물질은 우리 몸을 파괴시킨다. 바나나와 멸치에 든 칼륨에도 삼중수소처럼 베타선 방사능이 방출되는 것을 월성원전 부지에서 발견된 삼중수소와 비교를 한 것이다.

정 교수가 언급한 주민 피폭량은 2015년 민간환경감시기구가 동국대 예방의학과,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한국원자력의학원에 의뢰해 조사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삼중수소 영향평가’ 결과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월성원전 주변 주민의 몸에서 가장 많이 나온 삼중수소의 양은 28.8Bq/L이었다. 이를 방사선량으로 나타내면 0.0006mSv(밀리시버트)로, 연간 일반인 방선선량 기준치인 1mSv의 0.06% 수준이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삼중수소는 대사 과정을 통해 탄수화물 등으로 바뀌면서 DNA 등 몸 속 조직과 결합돼 지속적으로 체내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칼륨의 영향이 일시적이라면, 삼중수소의 영향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말하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이 검출돼서는 안 되는 지역에서 검출되고 있다. 일반 배수에서 흘러가는 물이 방사능으로 범벅이고 안전 기준치를 훌쩍 넘기는데도 바나나 6개와 멸치 1g이라니 답답할 노릇이다. 원전 수사에 물타기 하기 위해 방사능을 누출을 들고 나왔다는 주장까지 서슴없이 하고 있다.

그럼 왜 유독 월성월전이 문제일까. 국내 24기 원전 중 경주 월성원전 1~4기만 중수로 원자로다. 중수로는 농축우라늄을 핵연료로 쓰는 경수로와 달리 천연우라늄을 쓴다. 운전 중 핵연료를 교체해야 하고, 일반 물(경수)이 아닌 중성자 손실이 적은 중수를 감속재 겸 냉각재로 쓴다. 때문에 방사선 관리에 소홀하면 부지 주변이 삼중수소로 오염될 수 있다. 국내 원전 가운데 월성원전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특별히 더 큰 이유다.

전문가들은 “삼중수소는 크기가 작아 두꺼운 철판도 철 원자 틈으로 스며들어 통과한다. 이 때문에 현재 사용후핵연료저장조 등에 방수 처리를 위해 도장된 두께 1㎜의 에폭시 도막을, 국내 다른 원전들처럼 6㎜ 두께의 스테인리스 철판으로 바꿔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또 중수로는 지진에도 취약하다. 핵연료가 들어간 연료봉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는 경수로와 달리, 중수로는 연료봉이 옆으로 누워 있기 때문이다.

월성원전 원자로엔 고온·고압인 상태로 옆으로 누운 380개의 연료봉 양쪽에 무게 10t의 핵연료 교환기가 매달려 있다. 그러다 보니 지진동에 더 취약하다. 월성원전 부지는 100년에 한번 올 지진을 대비해 최대지반가속도(지진 때 지반이 움직인 속도) 0.1g(중력 가속도)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2016년 9월 경주 지진(9월12일 규모 5.8) 때 월성에선 0.12g가 계측됐다. 설계 기준을 넘긴 것이다. 당시 진앙과 8㎞가량 떨어진 울산 관측소에선 최대지반가속도가 0.4g까지 나왔다. 이후 원전의 내진설계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월성원전에 대해선 지금까지 뚜렷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월성원전 부지 밖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되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경주지역 시민단체들은 “나아리를 비롯한 인근 마을과 바다로의 오염수 배출 유무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삼중수소로 오염된 물의 유출 원인을 파악하고, 이런 비계획적 유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라고 말하고 나섰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바나나 6개와 멸치를 운운한다면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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