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42. 세계 대회 휩쓰는 케냐 선수들

케냐 사람들은 달리기를 좋아한다. 운동 삼아 취미로 달리는 것은 물론 생활 속에 달리는 습관이 베어 있다.

출퇴근시간마다 앞뒤로 꽉꽉 막히는 교통체증과 대중교통 체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들은 웬만한 거리는 그냥 달려가 버린다. 본의 아닌 아침 운동은 때론 30분, 1시간이 넘을 때도 있다.

‘양반은 비가 와도 뛰지 않는다’는 우리네 옛 사고방식과는 사뭇 다른 삶이다.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로 학교에 가는 이웃집 초등학생에게 “왜 그 먼 거리를 힘들게 달려가니?”라고 물어봤다. 아이의 답변은 너무나 간단했다.

이처럼 달리기와 밀착된 문화는 오늘날 케냐 선수들이 세계 마라톤 대회를 휩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공인 남자 마라톤 세계 기록 상위 10건 중 9건이 케냐 선수의 기록이다.

또한 상위 100건 중 59건이 케냐 선수들에게서 나왔다. 2018 베를린 국제 마라톤 대회에서 2시간 1분 3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운 엘리우드 킵초게 역시 케냐 국적이다.

보스턴, 런던, 뉴욕 등 세계 주요 마라톤 대회에는 어김없이 케냐 마라토너가 출전하고 상위권을 점령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서울, 경주 등 국내 마라톤 대회에서 7번 우승을 거머쥔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의 특별 귀화 문제로 여론이 들썩이기도 했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에루페 선수가 귀화하면 한국 육상 발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는 의견과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켜 성적만 내려는 것은 잘못된 편법이라는 비판이 치열하게 대립했다.

결국 그는 ‘오주한’이라는 이름으로 특별 귀화했다. 케냐출신 마라토너들은 세계 각지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또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이 있다. 케냐 선수들 중 80% 이상이 칼렌진족 출신이라는 것이다.

케냐에 있는 43개 부족 중 3번째로 큰 칼렌진족의 인구는 500만 명 정도로 케냐 전체 인구의 10%를 차지한다.

앞서 이야기한 세계 신기록 보유자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와 한국으로 귀화 한 윌슨 에루페 선수 역시 칼렌진족 출신이다.

왜 케냐에서, 특히 칼렌진족에서 이처럼 우수한 마라토너들이 꾸준히 배출될 수 있을까? 세계의 스포츠 학자들은 칼렌진족의 비밀을 풀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과학자들은 칼렌진족이 과연 장거리 달리기에 적합하게 태어나는 것인지 아니면 훈련을 통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그 능력의 비밀을 알고 싶어 했다.

과학자들은 칼렌진족이 먼 거리를 오랫동안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비결로 여러 가설들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칼렌진족 선수들이 다른 나라 마라토너들을 압도하는 까닭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칼렌진족 스피드의 비밀은 여전히 과학자들의 탐구 과제로 남아 있다.

저작권자 © 우리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