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38. 안경점에서도 삼성폰 팔아

종종 “아프리카에서도 휴대전화를 사용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세상에나! 아프리카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

케냐에서는 성인의 90% 이상이 휴대전화를 사용한다. 한 사람이 2개 이상의 휴대전화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 케냐뿐만이 아니다.

대다수 아프리카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의식주 다음가는 필수품으로 여긴다. 사하라 사막의 유목민, 탕가니카 호수의 어부, 콩고 정글에서 뱀을 잡는 땅꾼 등 모두 작고 요긴한 손전화로 세상과 소통한다.

아프리카의 똑똑한 장사꾼들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휴대전화 수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케냐 지방도시 키수무의 한 쇼핑센터에 들렀을 때였다. 안경점, 옷가게, 사이버 카페 등 다양한 상점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었다.

여러 상점들이 각각 다른 간판을 달고 있었지만 그들이 공통적으로 판매하는 물건이 있었다. 그렇다. 휴대전화. 거의 모든 가게에서 휴대전화를 팔고 있었다.

안경점의 쇼윈도에는 안경 대신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이 진열되어 있었고, 약국의 선반에는 타이레놀과 구형 노키아 전화가 같이 놓여 있었다.

물론 서점과 신발가게에도 빠질세라 휴대전화가 진열돼 있었다. 휴대전화가 잘 팔리니 본업과 상관없이 너도나도 가게에 들여놓은 것이다.

심지어 재래시장의 노점 좌판에서 성냥과 좀약을 파는 꼬부랑 할머니들도 때 묻은 중고 핸드폰을 같이 판매했다. 휴대전화 도입 초기엔 아무 브랜드나 구입하던 아프리카인들이지만, 차츰 특정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나타나고 있다.

케냐인들이 가장 고급 브랜드로 생각하는 것은 역시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비싼 가격과 애플 특유의 이미지 정책으로 아이폰 사용자는 주변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하지만 주류를 이루는 안드로이드 계열과 사용방법이 다르고 워낙 고가인 터라 사용자는 적은 편이다.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제품은 삼성 스마트폰이다.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좋은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져있다. 고가 모델인 갤럭시 S시리즈 뿐 아니라 보급형 A시리즈도 인기가 높다.

약국이든 사진관이든 어느 매장을 가더라도 삼성 휴대전화는 가장 좋은 자리에 특별 조명을 받으며 전시되어 있다. 그 뒤를 중국 기업들이 바짝 쫓는다. 아프리카 휴대전화 시장을 꽉 쥐고 있는 건 테크노, 화웨이 등 중국 브랜드들이다.

그들은 아프리카 사람도 흔쾌히 지갑을 열 정도의 낮은 가격에 휴대전화를 판매한다. 우리 돈 10만 원 내외로 그럭저럭 괜찮은 스마트폰을 살 수도 있다.

비록 최고급 기종은 아니지만 소득 수준에 알맞은 제품이다. 품질도 만족스러운 듯하다. 8개의 중국 휴대전화 브랜드가 ‘브랜드 아프리카’에서 선정한 ‘2017-2018년 아프리카에서 가장 존경받는 100대 브랜드’에 뽑혔다.

테크노가 7위, 아이텔이 16위, 화웨이가 26위를 차지했다. 아프리카에 우리가 모르는 휴대전화 시장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참고로 나이키가 1위, 삼성이 2위, 애플이 5위, 그리고 구글이 30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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