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계간 글의세계 발행인
코로나19 극성에도 어김없이 들판의 벼는 누렇게 익어가고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추석이 되면 자녀들을 이끌고 고향 찾아, 부모 찾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사건사고도 많고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나 애꿎은 며느리들의 투정이 따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은 설날과 더불어 우리민족에게 미풍양속의 대명사로 그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여름내 땀 흘려 가꾼 오곡백과로 음식을 장만해 조상님께 차례 지내고 온 가족이 한데 모여 하루를 즐기는 풍속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런데 여기에는 자녀들의 귀성문제가 따른다. 교통체증은 물론, 고속버스나 기차표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표를 구하기 위해 새벽부터 나가 줄을 서는 것은 약과이고, 승객이 한꺼번에 몰려 대형 사고가 난 일도 있었다.
농경사회에서는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살았으므로 귀성에 대한 부담이 없었는데 산업사회인 오늘날에는 가족이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살기 때문에 명절에 고향을 찾는 일이 물리적으로 여간 고역이 아니다.
하여, 우리 집은 명절을 이렇게 쇠자고 의견을 모았다. 관습에 따라 온 가족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얼굴도 볼 겸 내려는 오되, 명절 일주일 전 주말에 다녀가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한때는 음식을 장만해 촛불을 켜고 어동육서, 홍동백서 등 예에 맞추어 진설을 하고 차례를 모셔 보았으나 딸아이나 며느리가 구례에 익숙지 못해 힘들어 할 뿐 아니라, 식구도 적은데 남은 제사음식도 짐스러워 요사이는 제수 준비할 돈을 내가 다니는 교당에 헌공금으로 내고 그곳에서 정갈하게 차례를 모시고 있다.
작은 돈이지만 좋은 일에 쓰일 것 같아 마음도 흐뭇하다.
금년같이 핑곗거리(코로나)가 있을 때는 당연히 하향을 사절하고 나홀로 차례를 모신다. 제사를 받으시는 조상님도 이 사태를 아신다면 이해하시리라.
아이들은 여름휴가에 다녀갔고, 10월이면 가족행사가 있어 내가 서울에 간다. 가족 단톡(단체 카카오톡)방에 수시로 근황을 올리고 있으므로 안부가 궁금할 일이 별로 없다.
다른 가정도 대강 비슷하지 않을까. 굳이 복잡할 때 명절이란 이유로 무리하게 먼 길을 오고갈 필요가 있을까싶다.
집성촌으로 일가친척들이 고향에 많이 있는 경우에는 명절이 돼야 다 모일 것이므로 부득이하다 하더라도 나같이 한 가족만 단출하게 모이는 경우에는 그렇게 해도 안 될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