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12. 생활 속의 모바일 뱅킹 (하)

아무리 엠페사가 유용하다고 하더라고 어떻게 케냐 같은 저개발국가에서 이토록 바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일까?

IT 기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아프리카인들이 휴대전화 안에 돈이 들어 있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까?

방식이 다를 뿐 엠페사 역시 금융의 한 갈레다. 한국에서 경험하는 금융 서비스를 떠올려보자. 은행에 갈 때 우리가 준비해야하는 수많은 것들, 예컨대 주민등록등본, 인감증명서, 신분증, 도장 각종 서류 사본 등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것들을 바리바리 챙겨 은행 창구에 가면 직원은 좁쌀 같은 글씨로 적힌 약관을 보여주며 뭔가 중요한 설명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설명을 귀 기울여 들은 후에도 결국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기 일쑤, 그저 서류에 색연필로 표시해놓은 부분에 서둘러 사인을 하고 땀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서게 된다.

다행히 대부분의 은행 창구 직원들이 몹시 친절하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들이 헬스장 PT선생님만큼 고압적이었다면 은행처럼 가기 부담스러운 곳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편리하게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개발했다는 모바일 뱅킹과 인터넷 뱅킹은 어떤가.

공인인증서 확인을 거치고 아이디를 입력하고 수차례 다른 종류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나서야 뭔가 일을 진행할 수 있다.

한국인들도 이용을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아프리카 케냐의 전 국민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말 그대로 밥 먹듯이 사용할 수 있는 걸까?

엠페사는 소외 계층의 사람들마저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사용법이 간단하다.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잡화점 중 엠페사 로고가 붙은 곳에 가면 엠페사 에이전트를 만날 수 있다.

이들에게 신분증을 보여주면 즉석에서 내 핸드폰에 엠페사 계좌를 만들어 준다. 5분 정도만 기다리면 내 손안에 은행이 하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만약 사용자가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라 할지라도, 심지어 문맹이라도 이용은 어렵지 않다.

같은 마을에 사는 이웃사촌 엠페사 에이전트에게 휴대전화와 돈을 건네주기만 하면 입금이 간단히 끝난다. 모바일 계좌에 들어있는 현금을 인출할 때도 에이전트를 찾아가 필요한 돈의 액수를 말하기만 하면 된다.

에이전트들이 기존의 은행 ATM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간 현금인출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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