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사이로 - <아프리카, 좋으니까>
송태진 케냐 방송국 GBS 제작팀장

8. 대프리카보다 시원한(?) 아프리카(상)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의 입에 ‘대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오르내렸다. 무더운 대구 날씨가 흡사 아프리카의 폭염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 둘을 묶어 대프리카라고 칭한 것이다.

과연 아프리카는 대구만큼 더운 곳일까? 적도가 대륙 중심을 지나가는 아프리카는 전체적으로 열대성 기후를 띈다. 북부 사막지대는 말할 것도 없고 가나, 토고 등 서부 해안 국가 지역도 후끈하다.

중부아프리카가 가봉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친 노벨상 수상자 슈바이쳐 박사도 그의 저서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통해 머리를 가려주는 헬멧 없이 아프리카의 햇볕을 그대로 쬐면 심각한 열병에 걸릴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만큼 적도 부근의 아프리카가 뜨거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라고 해서 모든 지역이 더운 건 아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 지구에서 2번째로 넓은 대륙이며 기후가 매우 다양하다. 덥기만 한 게 아니다.

특히 동부의 남부아프리카 기후는 매우 온난하고 쾌적하다. 흔히 아프리카 여행의 ‘국민루트’라고 불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부터 빅토리아폭포를 거쳐 케냐까지 이르는 여정은 더운 지방을 거치지 않고 쾌적한 동네로 둘러가는 길이다.

국민루트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있다면 더위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눈도 펑펑 내리고 남극에서 놀러온 펭귄이 살 정도니까.

케냐의 경우 뚜렷한 사계절 대신 건기와 우기가 1년에 2번씩 반복된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지만 대체로 우리가 좋아하는 5월의 봄 날씨가 연중 지속된다.

나이로비의 사무실에는 한낮에도 에어컨을 켜는 곳이 거의 없다. 오히려 그늘에 들어가면 서늘하기까지 하다. 현지인들은 날씨가 좀 쌀쌀하다 싶으면 오리털 잠바에 털보자와 목도리까지 두른다.

나 역시 밤에 추우면 한국에서 가져온 전기장판을 켜고 잔다. 당연히 케냐에서 열대야를 경험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수은주를 비교해보자. 더위가 한창 심하던 7월 대구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5도를 가볍게 넘긴 날이 흔했고 38도 이상 오른 날도 많았다.

더위로 악명 높은 대프리카의 여름 낮 기온은 가장 더울 때 38도 이상, 서늘하다고 하더라도 25도 정도였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 케냐의 날씨는 어땠을까. 2018년 7월 케냐 나이로비 최고 기온은 고작 24도였다. 평균 낮 최고 기온은 20도 안팎이었다. 대구와 나이로비의 최고 온도가 15.2도나 차이난다.

여름 대구에서 가장 시원한 날이 나이로비에서 가장 더운 날과 비슷한 수준인 것이다. 케냐는 1년 중 가장 더운 날도 27도 정도이고 대구처럼 39도까지 치솟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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