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발전소장 등 7명 불구속 기소
알고도 ‘쉬쉬’…방조·허위보고
기술지침 등 원안법 위반 혐의
진술 입맞추기, 자료 조작까지
안전불감증·기강해이 ‘도마위’

원전 운영자들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빛 1호기 열출력 급증사고 원인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관련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났다.

광주지검은 사건 축소·은폐를 시도한 전 발전소장 등 7명에 대해 원자력안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은 한수원의 안전불감증과 안일한 일처리를 강력하게 비난하며 대응을 예고했다.

원안위 발족 이후 원안위 소속 특별사법경찰관(이하 특사경)이 원자력발전설비 운영 주체에 대해 수사하고 기소해 이른 초유의 사건인만큼 강력 처벌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광주지검 형사3부(부장 김훈영)는 열출력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고도 원자로 가동을 멈추지 아니하거나, 면허가 없는 직원의 제어봉 조작을 묵인한 전 발전소장 등 7명을 원자력안전법 위반 혐의로 14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건 발생 직후부터 진술을 맞추거나 자료를 유리하게 조작해 제출하는 등 특사경 및 검찰 수사까지 무력화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발전소장인 A(56)씨와 발전팀장 B(53)씨, 안전차장 C(47)씨는 열출력 제한치 초과 사실을 알고도 원자로 가동을 멈추지 않아 운영기술지침을 위반한 혐의다.

이들이 원자로 가동을 곧바로 멈추지 않은 것은 재가동 지연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원자로가 정지될 경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열출력 초과 사실을 숨긴 것으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계측제어팀 D씨는 원자로 조종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제어봉을 100 스텝까지 조작하고 제한치인 5%를 초과해 약 18%까지 급상승하는 사고를 냈다. 담당자인 원자로 차장 E씨는 이를 알고도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술실장 F씨는 무면허 조종 사실을 보고받고도 원안위에 허위보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무자격자가 단독으로 제어봉을 조작한 사실과는 달리 원자로 조종 면허가 있는 발전책임자의 지시·감독이 있었으며, 사건 당일 오후까지도 열출력 급증 사실을 몰랐다고 보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원전 관련자들이 진술을 맞추거나 자료를 조작해 원안위의 조사를 회피할 수 있다는 한수원 내부의 그릇된 인식과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렸다”며 “향후 관련자들에게 책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접한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는 1호기 재가동 중지를 요구하며 한수원의 기강해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황대권 영광핵발전소 안전성 확보 공동행동 대표는 “한수원의 사고 축소·은폐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검찰 수사가 처음이라 이번에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뿐, 지난 수십년간 사고 발생시 관행적으로 보여 온 태도다”라고 비판했다.

황 대표는 “한수원 사장은 1호기 재가동시 주민 동의를 받겠다고 약속했으나 주민 동의도 없이 재가동에 들어갔다”며 “지역의 불찰도 있다. 민관합동대책위가 전문가 조사 결과 기술적 이상이 없다고 발표하자 한수원이 재가동에 따른 주민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가동은 받았을지 몰라도 끝이 아니다. 공동행동은 한수원의 책임있는 답변과 운영실태, 조직적 은폐에 대한 전반적인 진상규명을 강력히 요구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박응섭 민간환경감시기구 소장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른 형이 확정될 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묻고 강력히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원칙을 무시한 안전불감증에 경종을 울린 이번 사건은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가의 감독권 행사가 더욱 강화되고, 원전 정책의 변화에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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