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기차타고 선전에서 장춘까지

어릴 적 엄마와 함께 기차를 타고 서울에 간적이 있다.

처음 타보는 기차에,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엄마와, 삶은 달걀 그리고 사이다. 어릴 적 기차에 대한 설레는 좋은 추억이 있다.

그 후로 기차를 탈일이 없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중국에서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간적이 있다. 중국은 땅 면적이 워낙 넓다보니 기차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선전에서 장춘으로 가기위해 기차를 끊었다. 무려 20시간. 한국에선 아무리 길어봐야 5~6시간이면 끝이지만 중국은 기차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실제로 국경절 같은 국가공휴일에는 7일이라는 긴 시간을 쉰다. 그 이유는 민족대이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중국의 그 많은 인구가 한번에 이동을 하다보니 교통체증이 발생할 뿐더러 북방에서 남방으로 가기위해 4일간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20시간은 해 볼만 했다.

그렇게 우리는 중국까지 왔는데 장시간 기차한번 타봐야 하지 않겠나 싶어 친구 5명과 함께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창가에 앉아 친구들과 게임도 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배경삼아 사진도 찍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한참을 떠들고 있으니 설레고 재밌기만 했던 기차여행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허리가 아프고 좀이 쑤시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10시간 이상을 더 가야 한다니 믿을 수 없었다. 게다가 기차가 출발한지 오래되니 화장실에 물이 나오지 않아 씻기도 불편했다. 식수로 간단하게 양치와 세수를 하고 꾸벅꾸벅 앉아서 졸았다.

일어나 옆 칸으로 가서 서서 있기도 해보고 바닥에 앉아보기도 했다. 누워서 자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 알게 됐다.

그런데 옆에 앉아있는 중국인들을 보니 전혀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장시간 기차를 타고 다니는 것이 익숙해진것인지, 문화탓인지 아무렇지 않게 해바라기씨를 까먹고 있었다.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나. 친구 한명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을 갔나싶어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식당에 가보고 옆 칸에 가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함께 사라진 친구를 찾던 다른 친구가 "찾았어!"하고 필자를 불렀다.

찾은 곳은 바로 의자 밑. 너무 피곤한 나머지 사람들이 앉는 의자 밑 공간에 들어가 누워 자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그 친구는 아침까지 단잠을 잤다.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고 좀이 쑤셔온다.

한국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그 후로 기차만 떠올리면 중국에서 20시간동안 타고 갔던 기차여행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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