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마성의 향신료

녹색 잎을 지닌 샹차이는 한국어로는 고수 나물, 중국어로는 샹차이라 불린다. 잎과 줄기 모두 독특한 향을 지니고 있는데 흔히 ‘비누 맛’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다.

샹차이는 강력한 향으로 사람들마다 입맛의 호불호가 갈리지만 먹다보면 그 맛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마성의 향신료이다.

필자는 중국에서 처음 샹차이를 맛봤다. 음식을 받아 음식의 향을 맡는데 이상한 향이 났다. 향이 굉장히 강하고 맡기 힘들었다. 중국인 친구에게 이게 뭐냐고 물으니 중국 사람들은 거의 모든 음식에 함께 곁들여 먹는 향신료라고 했다.

중국인 친구가 아주 맛있게 샹차이를 먹으며 먹어보라고 권했다. 한 입 베어물자마자 입안에 퍼지는 샹차이의 향이 음식의 맛을 다 잊게 했다. 도저히 먹기 힘든 향과 맛이었다. 그리고 니하오(안녕) 다음으로 배운 말이 “샹챠이를 원하지 않아요”였다. 먹기가 힘들어서 무조건 샹차이를 빼달라고 말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샹차이가 아주 조금만 들어가도 그 음식은 먹기 힘들었다. 심지어 샹차이를 넣지 않아도 샹차이를 썰었던 칼로 야채를 썰어 넣은 음식을 먹어도 향이 나서 음식을 먹기 힘들었다. 그렇게 며칠간은 샹차이를 넣지 않고 빼서 피해 먹었지만 중국에 있으면서 샹차이를 안 먹고는 살 수 없었다.

중국에서 샹차이는 고명으로 잘게 썰어 뿌려먹기도 하고 쌈을 싸먹기도 하고 파, 마늘처럼 양념으로도 이용한다. 한국에서 맨 마지막 깨를 뿌리듯 중국은 모든 음식에 샹차이를 넣어먹는다.

한글수업을 마치고 중국친구가 집에 초대해 저녁을 먹은 적이 있다. 친구가 손수 만두를 빚어 삶아 먹었다. 너무 배가고파 막 삶아진 만두를 양념장에 찍어 맛있게 먹었다.

친구가 갑자기 “아직도 샹차이가 싫어?”라고 물었다. “난 샹차이가 너무 싫어”라고 답했더니 그 친구가 “은시야 방금 먹은 게 샹차이 만두야. 아주 맛있게 잘 먹던데 무슨 소리야”하며 웃었다.

필자가 샹차이를 싫어하는 것을 아는 친구이기에 전혀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먹었는데 너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그토록 싫어하던 샹차이를 맛있게 먹고 난 후로 샹차이의 향이 전처럼 싫지 않았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먹기 시작했다.

샹차이는 먹을수록 중독되는 맛이었다. 먹으면 먹을수록 샹차이 맛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 후로 중국 음식을 먹으러 가면 중국인 친구들보다 샹차이를 더 좋아하게 됐다.

싫다고 계속 피했으면 이런 맛을 맛보지 못했을 텐데 그 친구의 만두 덕에 그 맛을 알게 될 수 있었다. 알지만 계속 먹고 싶은 맛 바로 샹차이의 맛. 이것이 바로 중국의 맛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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