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를 여행하다 보면 경찰청이나 교도청 등의 도움으로 에스코트를 받으며 도로를 주행할 때가 있다.

서부 아프리카의 경우 공항에서 시내까지 주 도로가 1개가 전부인 경우들이 많다. 우리나라 70년대처럼 검은 매연을 뿜어내는 차량들은 모두 여기로 집결한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건 하루가 다르게 차량이 증가하고 비례적으로 교통체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주 도로는 하나뿐인데 차량이 늘어나는 속도는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인데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갓길이 없거나 좁은 도로도 많은데 도로에 차를 올리고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차량은 하루 종일 막힌다. 가끔 차량을 통제할 때가 있는데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물어보면 “대통령이 이동하는 중에는 교통을 통제한다”라고 한다.

이 좁은 도로에 차량이 가득해 움직이기 힘든 환경에 에스코트 차량에서 경광등이 작동하면 모세의 기적(?)이 펼쳐진다.

사하라 사막에 속해있는 서부 아프리카 말리에서 만났던 한 경찰은 bmw 오토바이를 타면서 주요 목적지를 이동할 때마다 에스코트를 해주었는데, 두 손을 놓고 운전을 하면서 수신호는 양손과 때로는 발까지 사용하면서 묘기 대행진을 하듯 현란하게 에스코트를 하기도 했다.

불만을 표현하는 시민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자발적인 양보라기보다는 ‘그래 바쁜 모양인데 빨리 지나가세요’ 이런 느낌이었다.

반면 여행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구급차나 소방차의 출동을 보면 의심 없는 어쩌면 당연하다는 듯 차량을 즉시 옆으로 부치면서 멈추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프리카와 선진국의 운전하는 습관이나 예절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는 구급차를 본적도 없다. 어쩌면 구급차를 이용해 달려갈 병원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차량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최근의 일이니 운전 예절은 이제부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금요일 구급차를 이용해 영광에서 광주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실까지 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전화로 서비스를 신청하는 경우 상담원에 대한 좋은 표현을 해달라는 말을 매우 길게 하는데, 지금 상담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어머니고, 누군가의 누구라는 내용이다.

구급차가 광주까지 이동하는 동안 대부분의 경우 구급차는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이리저리 곡예하듯 차량들을 피하며 지나야 했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속도를 늦추거나 정지하지 않았으며 가던 길을 그대로 주행했다. ‘이대로 가고 있을 테니 알아서 지나가시면 됩니다’ 이런 모습이었다.

독일에서 아우토반을 주행한 적이 있는데 신기한 경험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면 가장 많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속도 계기판을 보는 게 아닐까 싶은데 독일에서 운전할 땐 속도 계기판을 볼 필요가 없어 편하다기 보다 너무 어색했다.

우리나라 도로보다 반듯하다거나 직선도로가 아닌데도 속도제한은 없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 2차로로 주행하면서 1차로는 비워두었다. 추월을 하는 경우에만 1차로를 이용했는데 추월이 끝나면 바로 2차로로 들어갔다. 어느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어디에서나 그렇게 운전했다.

이번 광주에 가는 구급차에서 나는 어떻게 운전하고 있는가 생각하는 시간이 됐다. 너무 중요한 시간이기에 1분 1초에 생명의 갈림길이 달라지는데 대부분의 차량들은 1차로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으며 아쉬운 사람이 샘을 파듯 그렇게 구급차가 이리저리 헤쳐나가야 했다.

모세의 기적? 후진국에서는 양보라는 미덕보다는 ‘그래 바쁘다니 내가 비켜준다’.

선진국에서는 ‘빨리 가셔서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배려가 묻어났다. 우리나라에는 ‘알아서 잘 가세요’ 더도 덜도 말고 딱 거기까지였다.

성경 출애굽기에 모세를 통해 노예로 살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을 나오는 내용이 나온다.

애굽을 나와서 약속의 땅인 가나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앞에는 홍해 바다가 있고, 뒤에는 애굽의 군대들이 맹렬히 쫓아오는 내용이 긴박히 그려진다. 모세가 지팡이로 바다를 향하고 홍해 바다가 갈라져 이스라엘 백성들은 마른 땅으로 홍해 바다를 건넜다고 기록돼있다.

모세의 기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맞은 표현이겠다. 어머니에게 모세의 기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이 필요하고 그 하나님은 지금도 어머니에게 살아서 역사하고 계신다. 그때 모세에게 능력을 보이셨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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