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오픈형 공중 화장실

한번은 하얼빈 부근에 있는 향로산으로 등산을 간 적이 있다.

하얼빈 역에서 두 시간 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향로산 입구에서 입장권을 구입(50위엔, 한화로 8,500원)하고 중국인 친구들과 안내표지판을 따라 등산을 시작했다.

등산 도중 화장실을 찾았다. 안내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100m 올라가다보니 공중화장실이 나왔다.

아무 생각 없이 갔던 화장실에서 듣기만 했던 오픈형 화장실을 보게 됐다. 들어서자마자 U자형 자석을 옆으로 눕힌 모양의 칸막이도 없는 변기가 너무 놀라웠다.

볼일을 보려면 쪼그려 앉아 서로 마주 보아야 하는데, 아무리 현지 문화가 있다고 해도 볼일을 보면서 옆 사람과 나란히 엉덩이를 마주한다는 것은 당황스러워보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반응은 더 놀라웠다. 아주 자연스럽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서로 일상대화까지 하는 걸로 모자라 농담을 하며 하하호호 웃는 것이다.

볼일을 본 후 옆을 보니 그 어디에도 화장지가 보이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산이라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실례를 무릎 쓰고 옆 사람에게 화장지를 빌려 일을 해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웃기지만 그땐 정말 너무 힘들어 두 번 다신 밖에서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해외봉사로 갔던 하얼빈에서 1년 동안 참 많은 오픈형 화장실을 봤다. 오픈형도 여러 가지 종류로 화장실 내부로 들어가면 문은 없지만 칸막이만 있는 화장실, 밑에 통로처럼만 뚫려 있는 화장실, 아예 아무것도 없는 완전 오픈형 화장실까지 다양하다.

중국은 아직 이러한 공중 화장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이용하던 푸세식 화장실처럼 중국에의 공중화장실은 아직 푸세식이나 이런 칸막이 없는 화장실이 있다.

물론 모든 화장실이 칸막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해나 북경처럼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관광도시들은 보통 한국에 있는 백화점 화장실처럼 으리으리하고 크고 깨끗한 화장실이 많이 있다.

요즘엔 시진핑 주석이 화장실혁명을 지시하면서 3조 7000억 원 가량을 투입해 갈수록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다고 하니 더 이상 공중 화장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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