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 전주이씨 양도공파를 만나다

지난 4일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 당산 567번지에 위치한 양도공의 종가 사당인 부조묘 앞에서 양도공 22대 종손 이규헌씨와 양도공문중 도유사 이춘식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사진 = 민송이 기자>

전주 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손이규헌 가옥, 500년간 전통 지켜와22대 종손 이규헌씨 거주하며 관리

양도공 이천우 위패 모신 부조묘서매년 명절 종손·마을 주민 차례 지내전통 제례 및 이응종 장인 쪽 제사 지내

차례상 음식 홀수로 놓는 것이 특징제사 지내는 현관만 유복 착용해“차례의 밑바탕엔 효사상 베어있어…”

민족 대명절인 추석이 성큼 다가왔다.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명절이 다가오면 스트레스로 명절에 부담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명절 음식, 차례상 차리기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이다. 종교와 문화의 다양성으로 제사를 드리지 않는 문화도 생겨났다. 예전과는 다른 명절 분위기이지만, 곳곳에는 여전히 유교문화를 고수하며 전통 차례를 드리며 돌아가신 조상께 예를 다하는 곳이 있다. 본지는 영광군 묘량리에 거주하는 전주 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손을 만나 전통 차례와 제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편집자주

“조상을 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추석 명절이면 전주 이씨 완풍대군파 양도공손들은 여전히 전통 차례를 지내며 조상님께 예를 다하고 있다.”

지난 4일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에 위치한 이규헌 가옥에서 만난 양도공 문중 도유사 이춘식씨가 전통 차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주이씨 양도공파 500전통 이어와

영광군 묘량면 영양리에 위치한 이규헌 가옥은 전주 이씨 양도공파(襄度公派)의 종가집이다. 500여 년간 20대가 넘도록 살고 있는 조선 후기 양식의 전통 가옥은 1987년 6월 1일 전남민속자료 22호로 지정돼 있다. 현재 이 가옥은 양도공 22대 종손 이규헌씨가 거주하며 관리·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처음 정착한 사람은 태조 이성계의 조카이자 개국공신인 이천우의 증손인 이효상(李孝常)이다. 특히 임진왜란 시 영광 수성도별장이었던 이응종의 생가이며 숙종 때 이상호의 지극한 효성을 기려 세운 효자정려문이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천우(李天祐, 1354~1417)는 고려 때 숙부 휘하에 들어가 운봉 황산에서 부상을 입고도 왜구를 격퇴하는 데에 큰 공을 세웠다.

조선이 건국되자 개국공신이 돼 병조ㆍ이조판서를 거쳐 완산부원군에 봉해졌다. 사후에는 태종의 묘정(廟庭)에 배향됐다. 종묘에 위패가 모셔진 것이다. 그래서 1499년 부조묘가 건립됐다.

이에 매년 추석과 설 명절이면 전주 이씨 양도공파 종손들은 부조묘에서 전통 차례를 지내며 조상께 음덕을 기리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묘량면 마을 주민들도 양도공 부조묘를 방문해 참배를 드리고 있다. 도유사 이춘식 씨는 “마을 분들도 추석 이튿날 부조묘를 방문해 참배하고 가신다”라고 귀띔했다.

장인 제사문화부터 홀수 가지수 음식까지

전주이씨 양도공파는 지금도 조상께 효를 다하기 위해 전통 차례와 제사를 지내고 있다.부조묘에서 가지는 추석 전통 제례 순서는 일반 전통 제례 순서와 비슷하다.

신주, 지방 또는 조상을 사진을 보시는 영신(迎新)으로 시작해 조상의 영혼일 맞는 의식, 첫 종손이 향을 피우는 강신(降神)을 한다.

이어 모든 참제자들이 2번의 절을 올리는 참신(參神)을 드린 후 초헌례, 독축, 아헌례, 삽시, 조상신이 음식을 편하게 드실 수 있도록 하는 유식, 헌다, 음복 등으로 차례를 지낸다.

이곳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이응종 장인(고창 최씨) 쪽 제사를 매년 봄에 지내오고 있다. 400여년이 넘도록 전주 이씨 가문 후손들이 제를 지어오고 있는 것이다.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도 호남지방 제사 문화와 거의 비슷하다. 그 지방에서 나는 음식에 따라 다르듯 이곳 가가례(家家禮)도 조금씩 다르다. 차례상의 1열에는 밥, 술잔, 시접, 국이 올라간다.

2열에는 고기(소,돼지), 닭, 생선이, 3열에는 5가지 종류의 전이 배치된다. 4열에는 고사리, 콩나물, 톳 등 5가지 나물이 올라간다. 마지막 5열에는 과일류이다.

이 씨는 “음식을 홀수로 놓는 것이 특징이다. 음식을 놓아도 3가지, 5가지, 7가지만 놓아야 했다. 전통적으로 짝수는 안된다”라고 말했다. 또 이곳에서는 제사 지내는 ‘헌관’만 ‘유복’을 입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단정한 옷으로 예를 다한다.

조상께 차례를 드리는 건 ‘고마움’의 표시

이 씨는 과거와는 달리 달라진 제사문화에 대해 “예전엔 종가부터 차례로 제를 지내지만 요새는 가가호호 다른 가가례를 지내고 있다. 또 타지역에는 여성들도 제사를 참여하는 서원이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요새는 명절 차례나 제사가 많이 간소화 됐다. 하지만 제사의 근본은 ‘효’이다. 부모가 없으면 내가 없다. 아울러 선조가 없으면 나도 없다. 지금은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으로 전통 제사 문화가 많이 퇴색됐다. 조상께 차례를 드리는 것은 나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유교 근본은 ‘효’이다. 이럿듯 차례의 밑바탕에는 효사상이 베어있다”라고 말했다.

분향하는 모습을 재현하는 이규헌씨(앞)와 이춘식씨(뒤)
과거 전통 차례를 올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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