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악기 ‘얼후’를 배우다

공연 전 마지막 연습 중인 필자(사진 오른쪽).

얼후(erhu). 얼핏 한국의 추임새 ‘얼쑤’가 생각나는 단어다. 얼후를 처음 본 건 거리에서였다. 어디선가 구슬프고 얇은 소리가 들려서 가보니 거리에서 할아버지가 이상하게 생긴 악기를 연주 중이었다. 그것은 바로 중국 전통악기인 얼후였다.

얼후는 길이가 대략 80cm이고, 나무로 만든 울림통에 모양은 6각형, 8각형 원통형 등이 있다. 두 현 사이에 활을 끼워 연주하고 여성의 음색을 닮아 부드럽지만 서글프고 독특한 소리를 내는 그런 악기다.

실제로 중국거리를 지나가다보면 할아버지들이 거리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지나가며 돈을 던져주기도 하고 앞에 앉아 감상하기도 했다.

‘과연 저걸 배울 일이 있을까?’하며 잊어버릴 찰나 어느 날 중국 지부장님께서 중국의 3대 명절 중 하나인 단오절날 있을 행사 공연을 위해 얼후를 배워보라고 했다.

필자와 단원은 행사 공연를 위해 첨밀밀OST(중국에서 유명한 영화)과 대장금OST를 배우기로 했다. 하얼빈 시내 외곽에 위치한 음악 교습소를 3달간 다녔다.

바이올린의 높은 키를 낼수록 소름이 돋는 것처럼 필자가 얼후를 연주할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과연 내가 무대에 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행사 당일까지 사라지지 않았다.

두 달의 연습 끝에 공연 곡을 마스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나. 공연 전날 필자의 얼후 머리 부분이 부러지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급한 대로 접착제로 머리 부분을 접착해 응급처치를 했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기다리던 단오절 당일, 하얼빈에 ‘단오절’ 행사가 열렸다. 그곳에서 필자와 한국단원은 치파오(중국전통의상)을 입고 오프닝무대를 섰다.

공연이 시작하고 하얼빈 곳곳에 우리의 얼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살면서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공연에 팔이 덜덜 떨리고 눈앞이 깜깜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공연를 듣고 잇몸을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현지인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무대 앞까지 나와 흥에 맞춰 춤을 췄다. 필자역시 그런 중국인들을 보니 긴장이 풀리고 신이 났다.

관객 중 한 어르신은 필자에게 “대장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야. 오랜만에 듣고 너무 반가웠다. 고맙다”라고 말했다. 비록 어설픈 가락이었음에도 못난 공연과 상관없이 마음으로 즐겨주는 중국인들이 너무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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