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중학교 교단에 서다(2)

한국인이지만 막상 한글을 가르치라고 하니 왜 이렇게 쓰고 저건 왜 저렇게 쓰는지 설명을 할 수가 없다.

다행히(?) 필자가 가르치는 반은 아이들이 한글을 한 번도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세세한 문법을 설명할 필요 없이 자음 모음을 가르치면 됐다.

하얼빈 링컨대안학교는 일반학교와 같이 한 학기 내 2번의 시험을 치른다. 자음 모음을 가르치고 나서는 수업을 시작하면 10분간 테스트를 했다. 중간고사를 보고 충격 먹었기 때문이다. 두 달 동안 매일 줄기차게 한글을 가르쳤지만 성적이 바닥이었다. 수업을 흥미 유발로 방향을 바꿨다.

생활회화와 단어를 가르쳐서 빙고 게임을 하거나 낱말퍼즐게임을 했다. 다 맞거나 5등까지는 사탕 같은 작은 선물을 주었다. 한 번씩 한국영화도 보여줬다.

놀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한 학기가 끝나고 난후엔 어느 정도 대화가 됐다. 아이들과 수업하고 대화하면서 필자역시 알게 모르게 중국어가 많이 늘었다.

한국에서 중국어과를 다녔지만 중국어를 정말 못했다. 문법과 딱딱한 형식위주의 수업들이 흥미를 떨어뜨렸고 중국어가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 꺼려졌다. 중국에서 문법보단 회화로 중국어를 많이 배웠다. 그러고 나니 저절로 문법이 익혀졌다.

대안학교 안에 있는 동안은 아이들이 핸드폰을 갖고 있지 않는다. 학교에 내고 주말과 방학이 돼서 집에 돌아갈 때 돌려준다. 방학이 시작 돼서 핸드폰을 받으니 애들이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필자와 위챗 친구 추가를 한다.(위챗은 중국에서 쓰는 한국의 카카오톡 같은 어플이다.)

그때 추가했던 아이들과 지금까지도 종종 연락을 한다. 한번은 기말고사 시험으로 가장 마지막 문제에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을 적는 칸을 만들었다.

서른 명 쯤 되는 아이들의 편지를 하나하나 읽었다. 모르는 한자도 많아 읽는데 시간이 걸렸으나 아이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편지들이 많았다.

정성스럽게 한 자 한 자 적은 것도 모자라 이쁜 그림까지 그려 맨 마지막 한글로 “선생님, 사랑해요, 고마워요”라고 써져 있던 편지룰 봤다. 아이들에게 너무 고맙고 고마웠다.

방학 며칠 전 학생이 찾아와 뭔가를 쥐어 줬다. 뭔가 하고 보니 중국 캐릭터가 그려진 구슬팔찌였다. 그 뒤엔 중국어로 ‘可愛’라고 새겨져 있었다. 수줍게 팔에 팔찌를 채워줬다.

그 아이가 너무 귀엽고 고마워 편지를 써줬다. 중국어를 찾아 정성껏 편지를 써서 줬더니 엄청 좋아했다. 아이들과 있던 모든 일을 여기에 다 쓸 순 없겠지만 아이들과의 추억은 넘치고 넘쳤다. 순수하고 너무나 착한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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