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하얼빈서 첫 한글수업

지부장님께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려줬다.

하얼빈에는 대안학교가 있다. 그곳에서 필자와 단원들이 각각 한 반씩 맡아 중국 학생들에게 매일 아침 1교시마다 한글을 가르치게 됐다.

필자가 맡은 반은 한글을 전혀 모르는 기초반이었다. 중국어도 제대로 못하는데 한글을 가르치라니?! 중국에 도착한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중국어로 니하오 밖에 모르는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부담감이 엄청났다. 게다가 옆에 선생님들이 이 반 아이들이 제일 말도 안듣고 관리가 안되는 반이라고 했다.

착잡했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수업준비를 했다. 초장이 중요하기 때문에 무서운 선생님이 되기 위해 철저하게 중국어를 준비해갔다.

드디어 첫 수업. 문앞에 서서 심호흡을 하는데 반 아이들이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로 3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두 쳐다보고 있었다.

힘없고 자신감 없어 보이면 아이들이 무시할까봐 큰소리로 자신감있게 말했다.

“따자하오 워쓸 라이즈 한궈더 라오쓸 워찌아오 찐은쓸 찌엔따오닌 흔 까오씽(안녕 애들아 나는 한국에서 온 김은시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사실 긴장해서 첫 날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나 기억나는 것은 발음도 이상하고 중국어도 제대로 못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을 아이들이 필자의 중국어를 알아먹으려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모습이 떠오른다.

못한다고 무시하고 깔보는게 아니라 무슨 말이든 들어주려고 했던 그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활짝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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