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베트남 아내 폭행사건’ 통해 다문화가정 들여다보니…
언어·문화·경제적 문제로 갈등
문화교육, 인식변화 중요해
외국인 위한 맞춤형 일자리 필요

최근 영암 거주 베트남 이주 여성이 남편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영광·장성·함평지역의 다문화 가정 현실도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결혼이주여성의 안정적인 정착과 지역사회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제도적 개선 등 대안이 마련돼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영광·장성·함평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는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각 지역의 인구통계 자료에 따르면 영광군은 2013년 629명에서 2017년 858명으로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259명으로 가장 높았고 이중 여성의 수가 168명으로 나타났다.

이중 영광군 남성이 외국인과 혼인한 건수는 2013년도 44건에서 2018년 20건으로 줄었지만 혼인건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장성군의 2013년 외국인 인구는 1,138명에서 2019년 6월기준으로 1,088명으로 감소했다. 그 중 국적별로는(2017년 기준) 베트남이 368명으로 가장 높았고 이중 여성의 수가 222명으로 나타났다. 장성군 남성이 외국인과 혼인한 건수는 2013년 21건에서 2018년 27건으로 증가했다.

함평군의 2013년 외국인 인구는 561명에서 2017년 656명으로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182명으로 가장 높았고 이중 여성의 수가 105명으로 나타났다. 함평군 남성이 외국인과 혼인한 건수는 2013년 25건에서 2018년 19건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영암에서 벌어진 다문화가정 갈등사례가 영광·장성·함평에서도 다르지 않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주요 갈등으로는 언어소통, 문화차이, 경제적 이유가 꼽힌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18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 조사 연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배우자와 다툰 이유’(복수응답)에 대해 결혼이주여성들은 성격 차이(53%)를 제외하고는 자녀의 교육행동 문제(25%), 언어 소통의 어려움(23%), 문화가치관 차이(19%)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해당 조사에는 다문화 가정 1만 7,550가구가 참여했다.

A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영암 사건의 경우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어느 쪽이 맞다고 말할 수 없다. 실제 농어촌 지역에서도 언어소통 등 여러가지 문제로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또 문화적 차이를 서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결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폭행으로 번지는 일도 생겨난다”라고 말했다.

또 유교가부장 전통주의적 사상이 여전히 남아 있는 시점에서 한국 남성과 이주여성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교육과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언어, 문화 등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시 갈등이 폭행으로 번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일부 이주여성들은 이혼의 귀책사유를 남편에게 돌린 후 한국국적 취득을 위해 간혹 폭행을 고의로 유발하는 경우도 있다는 후문이다.

또 중개업체를 통해 수천만원을 들여 결혼을 했지만 가정불화나 한국생활 부적응 등 다양한 사유로 이주여성이 도망간 사례도 있다는 전언이다.

B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이주여성들도 한류문화로 인해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온 사람들도 더러 있다. 막상 현실을 접했을 때 상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실망해 적응하는 데 어려워한다. 또 이주여성 사이에서도 잘 사는 여성들을 볼 때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한지 10여년이 넘은 베트남 여성 G씨는 “외국인들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남편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편이 적응하는 부분에 배려해주고 다름을 이해해주는 시간이 있었기에 큰 갈등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또 언어공부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여성들이 정착하는데 어려움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영광·장성·함평지역 다문화센터에서는 다문화 가정의 안정적인 정착과 가족생활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사업으로는 ▲가족역량강화지원▲결혼이민자 한국어 교육 지원▲결혼이민자 취업지원▲아이돌봄서비스▲다문화가족 배우자모임▲다문화가족 친정방문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업들이 있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가장 시급한 것은 이주여성들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이라는 의견이다.

A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이주여성 중 일자리를 찾아 나서기 위해 가출하거나 사라진 사람들이 많다. 한국과 의식구조가 다른 외국인들을 위해 안정적인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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