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삼계면 우봉마을 정려각
지붕·담장 등 곳곳 파손 심각
주민들·문중·지자체 책임회피
고령 비지정 문화재 관리 시급

장성 삼계면 우봉마을 입구에 세워진 효열 한양 조씨·여양 진씨 정려각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파손돼 있다. <사진=변은진 기자>

장성 삼계면 우봉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한눈에 봐도 수백년은 됨직한 오래된 건물이 눈길을 끈다. 그곳에는 조선시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정려각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정려각은 오랜 기간 방치된 것으로 보인다. 주변에는 잡초와 수풀이 무성했고, 폐목재를 비롯해 온갖 쓰레기들이 널부러져 있다.

기왓장이 얹어진 지붕은 비가 쏟아지면 언제라도 우르르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심지어 정려각을 두르고 있는 담장은 훼손돼 일부 허물어진 상태다.

우봉마을을 찾은 지난 24일 마을 주민들에게 물어봐도 정려각의 정체를, 정려각의 소유주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우봉마을 한 주민은 “저 건물이 이미 훼손된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문화재 같긴 한데 사실 어떤 영문으로 지어진지 알 수 없다”며 “군에서 관리하는지 개인이 관리하는지는 몰라도 빠른 시일내에 보수나 철거작업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정려각은 1907년 조선시대 지어진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려각이 훼손상태가 심하더라도 비지정 문화재로 분류돼 문중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비지정 문화재는 군청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비지정 문화재만 관내 1,000여개가 넘을 정도로 셀 수 없이 많기에 행정에서 비지정 문화재까지 관리할 엄두가 안난다”고 말했다.

장성군에 따르면 삼계면 우봉마을에 위치한 정려각은 효열 한양 조씨와 여양 진씨를 기리고자 1907년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효자나 열녀, 충신 등의 행적을 높이 기르기 위해 그들이 살던 집 앞이나 마을 입구에 작은 정각을 세워 기념하고자 건립됐다. 정려를 받은 주인공의 이름과 고향, 행한 일을 기록한 현판이나 비석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와는 달리 지역주민들과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 수많은 문화재들이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비지정 문화재일수록 관리·보수가 더욱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지정 문화재는 엄격한 기준으로 보존되는 문화재로, 행정적인 지원을 받아 보수·관리되고 있다.

반면, 비지정 문화재는 문화재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지정·등록되지 않은 문화재로 소유하고 있는 문중이 대부분 관리하고 있다.

지정·등록만 되지 않았을 뿐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에 문화재에 속하지만 문제는 비지정 문화재로 분류되는 순간 지자체의 관리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이 허점이다.

올해 장성군 비지정문화재 보수 및 관리를 위한 예산은 총 2억 원이 세워져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장성군 관계자는 “삼계 정녀각이 특출나게 꼭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비지정 문화재의 경우 예산이 한정되다 보니 일일이 관리할 수 없다. 문중이나 마을 주민들의 관리 의지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성군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영광군도 문화재 관련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등 대책 마련을 시행하고 있다.

영광군은 비지정 문화재 긴급 보수비로 3,000만 원의 예산이 세워져 있으며, 향토문화유산 보호 조례에 따라 향토문화재의 체계적 관리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함평군의 경우 현재 비지정 문화재 관련 조례 및 예산이 세워져 있지 않은 상태다.

저작권자 © 우리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