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 장성 고향철물 대표

지난주 고마운 마음을 받은 정영길씨로 바통이 끊어져 편집국에서 선정한 새로운 주인공으로 고사미를 이어갑니다.

장성군 북이면 출신인 박승준(59)씨는 8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불우한 가정 속에서 겨우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욱 북이면을 지키며 살아왔다.

박 씨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갈 무렵, 그의 부모님은 나이 일흔이 넘어 연로했다. 제대하면 학원에 다니려고 모아둔 쌈짓돈으로 부모님께 리어카를 선물하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부모님이 리어카에 나무껍질을 주어와 불을 떼고 살고 계신 모습을 발견했다. 객지로 나가 꿈을 펼쳐보리라는 생각을 접고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로 결심했다.

당장 끼니 걱정에 노가다로 하루 일당을 벌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은 돈 30만원으로 쌀을 산 후 20만원을 남겨 서울 평화시장에서 갔다. 하나에 2,500원씩 하는 르꼬끄 바지를 잔뜩 샀다. 무작정 시장으로 향했다.

옷을 팔아야 하는데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아 보따리도 풀어놓지 못한 채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렇게 해가 저물 무렵에야 풀어보지도 못한 보따리를 다시 들쳐 메고 돌아섰다. 지금 생각해도 눈물이 쏟아질 만큼 서러운 시절이었다.

일주일 동안 보따리도 풀지 못한 채 왔다갔다 하는 청년을 보고 주위사람들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시장 상인들의 도움으로 옷을 팔기 시작했다. 조금씩 생활을 늘려나갈 무렵 아내 이영미씨를 만났다.

“당시 저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습니다.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데다 마땅한 직장도, 재산도 없었죠. 그런데도 제 아내는 자식된 도리로 부모를 모셔야 함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직장이야 없으면 구하면 되고 재산은 모으면 되는데 왜 힘들게 생각하느냐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이런 여자가 어디있을까 싶었습니다.”

박 씨는 자신의 부족한 모습에도 이를 감싸주고 용기를 주는 아내 이영미씨와 결혼했다. 아들, 딸 남매를 낳고 현재는 철물점을 운영하며 만학의 꿈을 안고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살고 있다.

“없는 형편이었지만 아내와 함께 노력하며 살아온 시간들이 뿌듯하고 감사합니다. 내게 와줘서 아들 딸 낳고 노부모 모시면서 힘들다 소리 한번을 안 하고 묵묵히 곁을 지켜준 이영미 내 아내에게 더없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박승준씨는 고마운 사람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 누구보다 항상 웃는 얼굴로 자신과 함께하며 위로와 용기를 준 아내 이영미씨에게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했다.

“아직 한번도 제대로 표현을 못해봤어요. 이렇게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좋네요. 이영미 여사! 앞으로도 오순도순 행복하게 삽시다.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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