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홍 취재본부장

성폭력에 대한 원인으로 흔히 ‘성욕’을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성추행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서를 보면 가끔 ‘욕정을 참지 못하고’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 말이 대단히 단순한 말인건 누구라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성범죄의 알고리즘은 단순히 ‘성욕’만이 전부가 아니다. 거기에는 ‘성욕’보다 끈적하고 달콤한 ‘권력욕’이 작용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미투(Me too)운동’을 살펴보면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에 따른 분류 외에 한 가지 분류가 더 존재한다. 바로 권력 관계에 따른 분류다.

선출직 공무원이거나 단장, 감독 등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지위를 이용해 직원, 단원, 단역배우 등을 추행한다. 이 관계에서 가해자들이 얻는 것은 단순히 성욕을 채우는 일이 아닌 권력의 과시에 있다.

권력을 과시한다는 것은 지위가 낮은 자의 행동을 통제하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것은 식민통치나 독재 치하에서 저질러진 모든 만행의 원인이기도 하다. 암흑의 시대에서나 저질러졌던 만행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 11일 유두석 장성군수의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 전남지방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전남지방청은 여성 주민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로 유두석 군수를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유 군수는 지난 2017년 11월 주민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한 주민에게 수차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조사과정에서 주민을 추행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군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소위, 측근이라는 자들이 자리를 주선하고 여성주민들을 군수 옆자리로 배석을 하는 등 계획적이었다”고 밝혔고 “지자체 산하단체인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개인정보동의도 없이 주민번호를 수집했고, 배우자의 직업까지 물어보는 등 일반적인 회식자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본지가 단독보도한 성추행 기사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준비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성명서 내용은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식이었지만 그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급하게 준비한 모습을 보였다. 성명서가 공개되면서 A씨가 당시 상황과 성명서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자 주민자치위원회는 성명서를 수정발표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였다.

이는 자유 의지를 가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고 부속품이나 기기 정도로 취급한 사건이다. 자신의 임의에 의해 조종할 수 있는 사람으로 주민들을 취급한 것이며 대단히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 유교적 사상을 잘못 이해해 그것이 권력에 대한 권리인양 오해하는 가부장적 세대의 전형적인 패착이다.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은 많은 식민지배나 독재정권의 몰락을 통해 증명돼왔다. 관리자(권력가)의 위치에 있는 사람은 결코 그 위치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어른이라서, 직장상사라서 무조건 대접받고 존중받는 시대는 진작에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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