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홍 취재본부장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 성범죄 파문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은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 폭로를 하며 우리나라에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정치계·문화계·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도 성추행 피해자’라고 외치며 관련 업계를 뒤흔들고 있다.하지만 ‘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운동’을 바라보면서 성추행·성폭행 등에 국한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실제 취재를 하다 보면 불이익을 당할까 봐 말을 못 하는 취재원들이 허다하다. 상사로부터 또한 본사로부터 분명 갑질을 당하고 있고, 불이익을 당하고 있지만 정부에 신고하거나 언론사에 제보 하면 피해를 입을까봐 끙끙 앓고 있는 약자들.

미투 운동은 일상적으로 자행되던 사회의 갑·을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미투의 본질을 호도하고, 사안을 진실공방이나 성대결 구도로 몰고 나가 버리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성폭력·성희롱 폭로를 단순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현재의 미투 운동 조짐이 위태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피해자들의 폭로를 단순히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펜스 룰’을 외치기에 얼굴과 실명을 내건 피해자의 용기, 이전에 있었을 수많은 고민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관료사회를 비롯한 한국사회는 그동안 상대적 약자에게 던지는 곤란한 질문이나 막말에 너그러웠다. 권력을 쥐고 약자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하는 짓궂은 행위를 즐기는 것이 한국문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처럼 유년시절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질문부터 압박면접, 성희롱까지 모두 해당된다. “악의는 없었다”는 통상적인 사과나 해명으로는 피해자의 아픔을 달랠 수가 없다.

어느 날 ‘감사합니다. 기자님이 계셔서 힘이 납니다’라는 문자를 한 취재원으로부터 받았다. 해당 취재원은 갑질을 못 버텨 제보했고 이에 본지는 취재에 들어갔다. 그러나 동료 직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봐 ‘쉬쉬’하는 행동을 보였다.

그중 용기 있는 다른 한 직원이 자료 및 녹취록 등을 보내줘 어렵게 기사 작성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물론 한 꼭지의 기사를 작성한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한 사람의 인생은 더 좋은 쪽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은가.

언론은 어렵고 먼 곳에 있지 않으며 언제나 억울함, 갑질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어렵게 용기 내 성폭력을 고백한 미투 피해자들에게 “왜 이제 말하냐”고 묻지 말자. 주목 받고 싶었냐고, 다른 목적이 있냐고 매도하지도 말자. 단언컨대 성폭력으로 주목받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투 운동을 바라보며 성추행 등에 국한된 것이 아닌 ‘부당함’, ‘갑질’ 등도 여러 업계에서 터져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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