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회)
8. 일 년이라는 시간

가보로네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찍은 사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날 지부식구들과 현지인들이 모여 마지막 저녁식사를 했다.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어가는 모두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기약 없는 날들이 필자를 더욱 착잡하게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당일, 가보로네 공항까지 배웅을 해준다며 현지인 친구들이 아침 일찍부터 지부로 찾아왔다. “미영, 한국에 안가면 안 돼? 그냥 우리와 같이 살자”라며 아쉬워하는 그들의 얼굴에서 필자는 그동안 받았던 사랑이 얼마나 큰지 느낄 수 있었다.

스타렉스에 짐을 싣고 공항으로 향하는 길. 창문 밖에 보이는 보츠와나의 풍경은 처음과 같이 뭉게구름들이 하늘을 가득 수놓고 있었다. 멀게 만 느껴졌던 일 년이라는 시간이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와 그동안 이곳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보츠와나에서의 삶은 무의미하게 살아온 필자의 삶에 행복을 가져다준 오아시스와 같았다. 무더운 날씨와 귀한 물, 매일 날리는 흙먼지 바람과 중국인이라고 놀리는 현지인들 등 불평불만으로 가득차 있던 필자는 이곳 현지인들의 밝은 웃음과 순수함에 물들어 어느새 변해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물, 음식, 돈 등 어느 것 하나 풍족한 것이 없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들의 삶을 통해 행복은 갖추어진 조건이 아닌 함께하는 마음에 있음을 배웠다. 그리고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필자를 늘 기다려주고 친동생처럼 챙겨준 현지언니 씨투냐를 생각하면 너무나 미안하고 고맙다.

공항에 다다르자 눈물이 점점 앞을 가려왔다. 꾹 참아왔던 눈물이 터지고 필자와 함께 온 모두의 얼굴이 눈물로 범벅이 됐다. 눈물을 머금고 일 년 전 공항에 처음 도착해 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에서 마지막 사진을 찍었다. 현지인 친구들과 지부장님과의 마지막 인사를 뒤로하고 황급히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일 년 동안 함께 울고 웃으며 가족처럼 지내왔던 시간들이 앞으로 없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만 흘렀다. 필자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르쳐준 길고도 짧은 보츠와나에서의 일 년. 지금도 여전히 그곳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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