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장성군 북이면 모현·평촌마을

▲ 모현·평촌마을 사람들, 첫번째 줄 맨 오른쪽이 류중원(남·64) 마을이장이다.

젊은 귀농·귀촌인으로 ‘북적’매년 보름날 마을행사 열려

3·1절 독립만세운동 불러12개의 동네가 있어 ‘여룰’이라고도 불리며 작은 서울이라고 불렸던 북이면 모현리는 1구와 2구로 나뉜다. 1구는 바다에 떠있는 배의 뒷부분 모습, 2구는 배의 앞부분 모습을 하고 있다. 그중 1구인 모현·평촌마을은 다리 하나 건너 차이로 한 마을과 다름없다. 현재 81명, 45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 류상설 외 12명의 위패를 봉안하기 위해 1989년 창건된 삼일사
모현회관에 들어서 만난 유정술(83) 어르신은 옛 이야기를 꺼내며 “우리 할아버지께서 3·절 독립만세운동을 불렀어”라고 말했다. 모현리 독립만세운동은 1919년 4월 2일(음력 3월 3일, 삼짇날) 화전놀이를 시작으로 독립만세를 불렀다. 지역 유림들이 뜻을 모아 3·1운동 의적비를 건립하고, 3·1계를 조직해 삼일절에 위령제를 지내오다가 1990년 삼일사(三一祠)를 창건했다. “일손이 미약해서 절반이 절손됐어. 지금은 사람이 없어”라고 유 씨가 말했다. 제사는 어떻게 지내냐는 물음에 “그전에는 주민들이 다 모여 가지고 한디. 요새는 자기 할아비 제사도 안지내고 한디 더 얘기할게 뭐 있어”라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독립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신상우(申商雨) 씨의 손자인 신찬호(69)씨는 “요번에 보은혜택을 줘 가지고 금년 1월 15일부로 유공자 손자까지 줘. 그거 하나 잘해놨데”라고 말했다. 이에 류중원(64) 이장은 “그건 맞아요. 진짜 고생해서.. 후손들이라도 잘 살게 해야지”라고 말했다.

최초 아로니아 장목반 구성회관 바로 옆에는 아로니아연구회공동작업장이 위치하고 있다. 4년 전 귀농해서 온 사람이 아로니아가 다른 작목에 비해 전망성이 밝다고 해 몇 농가가 주축이 돼 장성에서는 모현마을이 선도적으로 심게 됐다. 그렇게 최초로 아로니아 작목반이 구성됐으며, 2016년 장성아로니아연구회(장동영 회장)가 생겼다.

▲ 장성아로니아연구회 공동작업장
류 이장은 “근래까지는 잘 됐어. 소득도 다른 작물에 비해 좋고, 판로도 그런 대로 생산한 양 전체 다 소비하고. 그런데 이게 좋다고 하니까 전국적으로 너무 많이 심었어. 수확이 많다보니까 판로에 좀 애로가 있지”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있던 서광섭(60)씨는 “여름에 아로니아 꽃 필 때 꽃이 엄청나게 예뻐요. 그때 와서 찍으면 딱 좋은데. 그때 한번 다시 와요”라고 말했다.

젊은 귀농·귀촌인 들어와근래에 젊은 귀농·귀촌인들이 마을에 살기 시작해서 마을이장님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어르신들만 계신 조용한 시골마을에 젊은이들은 활력소 역할을 한다.

3년 전 귀촌해서 들어온 정성학(50)씨는 “어머니랑 전라도 쪽을 돌다가 어머니가 여기 아니면 다른데 안 간다하시면서 여기서 살자고 했죠”라며 “제일 좋은 것이 여기는 텃새가 없어요. 다른 곳은 텃새 때문에 못 살아요”라고 말했다.

시골에서 마흔 살이면 꽃이다. 아기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던 이곳에서 아이들 소리가 들려온다.

3년 전 귀촌을 한 김동원(44)씨는 “타지에서 오면 외롭잖아요. 근데 여기 어르신들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정이 느껴지니까 저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시던 류 이장님은 “내가 저 형님을 내가 깜박했네”라며 “저 양반도 여기가 고향인데 인천 살다가 다시 귀농했어. 지금은 아로니아 재배하시고 소도 키우면서 부모님 이어 받아서 하고 있지”라고 말했다.

5년 전 귀농을 한 유중종(69)씨는 “고향이 나쁘다고 한 사람이 어디가 있어? 아무리 나빠도 고향이 최고지”라고 말했다. 지금은 젊은 사람들이 마을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동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마을행사, 달집태우기모현·평촌마을에는 일 년에 한 번 마을에서 제일 큰 행사가 열린다. 1월 15일 보름행사로 열리는 ‘달집태우기’이다.

그날엔 마을 전체 주민이 쉬는 날로 지정해 윷놀이, 노래자랑 등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 또한 부녀회에서 음식도 직접 만든다. 한 해도 빠지지 않고 해온지 벌써 약 7년이 됐다.

예전엔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걸궁(악기를 연주해주거나 축원의 노래를 불러줌)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간소화됐다.

이에 마을에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고 김현순(72) 부녀회장이 밥 먹고 가라며 저녁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마을사람들은 다섯 시가 되면 저녁을 먹는다.

어느 새 음식이 한상 가득 차려지고 밥한 공기를 가득 담아 주셨다. 기자는 가득 담긴 따뜻한 밥을 먹으며 주민들의 따뜻한 마음 또한 가득 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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