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반가운 흙먼지

빗물로 물청소 후 단원들과 함께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단원들과 책상에 둘러 앉아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다.난데없는 흙먼지 바람이 순식간에 지부를 덮쳤다. 흙먼지 바람 때문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인지부장님이 부르는 다급한 소리에 지부장님이 있는 곳으로 다들 발걸음을 옮겼다. 지부장님은 “이제 곧 비가 내릴 테니까 창문들을 다 닫고 비를 받을 통들을 준비해라”라고 말했다.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비소식인가..? 지부장님의 말에 다들 의아해했지만 필자와 단원들은 지부에 있는 창문들을 닫기 시작했다.

얼마 되지 않아 햇볕이 내리쬐던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순식간에 먹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거센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건 쏟아지는 정도가 아니라 퍼붓는 정도였다.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양의 비가 쏟아져 내리는지 빗소리가 귀를 막아도 시끄럽게 들릴 정도였다. 아직 준비하지 못한 통들을 가져오는데 빗방울 한 방울이 머리에 떨어질 때마다 우박을 맞는 것처럼 아팠다. 우여곡절 끝에 가져온 통들을 비가 쏟아져 나오는 곳에 놓고 비를 받았다. 갑자기 내린 비소식에 통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젖은 생쥐꼴이었다.

보츠와나에서 비소식은 희소식이다. 비가 굉장히 드물어 화폐단위를 비를 의미하는 단어로 쓸 정도로 이곳에서 비는 귀하다. 비는 현지언어인 ‘츠와나’로 풀라(Pula)라고 불리며, 동전의 작은 단위를 의미하는 테베(Thebe) 또한 빗방울을 의미한다. 이처럼 비가 오는 것은 마치 하늘에서 돈이 내린다는 것과 같다. 그렇기에 보츠와나의 물 값은 아프리카 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싼 편이다.

필자와 단원들은 공짜로 내린 비 덕분에 머리도 감고 그동안 밀렸던 빨래도 실컷 할 수 있게 됐다. 또 바람이 불때마다 보츠와나 칼라하리 사막에서 날아오는 모래로 더러워진 바닥을 청소하기 위해 필자와 단원들은 창고 벽에 걸려있는 긴 장대 빗자루를 하나씩 집어 들고 받아 놨던 빗물을 뿌려가며 물청소를 했다. 청소 또한 공짜로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고마운 존재였다. 한국에서 물을 펑펑 쓰던 때에는 절대 느낄 수 없었던 감사함으로 흙먼지 바람이 불 때면 하늘에서 내리는 돈을 받기 위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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