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추억속에 묻다

감비아를 떠나기전 아이들과 마지막 작별인사

낙엽만 굴러가도 웃음이 나던 철없던 시절. 4년 동안 그리워만했던 감비아에서의 체험기를 연재하게 되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렸다. 글을 쓸 때면 어느새 필자 얼굴에 번진 미소를 본다.

필자가 주로 다녔던 거리, 넓은 공터에서 코코넛 열매를 축구공으로 삼아 축구를 하던 동네 아이들과 친구들의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가난한 탓에 사람들의 삶은 넉넉하고 풍요롭지 못하지만 풍요로운 나라에서 태어났음에도 감사함보단 불평이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의 삶과는 달리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그들에게서 배운다.

한번은 시골마을에 봉사를 하러 갔을 때 너무 더워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샤워를 하고 싶은데 우물을 어떻게 퍼야 할지 몰라 양동이만 들고 서성이고 있을 때 집주인 손녀인 베타가 와서 우물을 퍼서 두통이나 가득 채워 샤워장 앞으로 옮겨줬다.

짚으로 울타리를 쳐 만든 샤워장의 틈이 크게 나있어서 너무 신경이 쓰였는데 베타가 두루마리 치마를 가져와 짚과 짚 사이 벌어진 틈을 덮어 준 적이 있었다. 사소한 것이지만 베타에게 너무 고마웠다. 지금도 그 때를 잊을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 다른 것에서 감사함을 찾지만 그곳에는 물이 없으면 씻지 못하는데 물이 있다는 것도 너무 감사하고 나를 도와주는 친구가 있는 것도 너무 감사한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많아서 주는 것이 아닌, 가진 것이 없어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한국으로 돌아가기 1주일 전, 한때 말라리아에 걸려 죽을 뻔한 나를 간호하며 보살펴준 자타는 내게 자신이 가장 아끼는 전통복을 슥 내밀었다.

“다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옷이야. 너에게 선물하고 싶어” 라며 옷을 건네던 자타.

체구가 작은 나를 위해 사이즈까지 줄여 수선해왔다. 입어봤더니 딱 내 옷처럼 맞는다. 그런 나를 보던 자타는 “다은 감비아로 꼭 다시 와야해” 라며 눈시울을 붉힌다. 조건없이 주던 그들의 사랑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한국을 벗어나 아프리카 사람들과 살을 부대끼고 살면서 정말 1년 동안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다시 오라던 자타와의 약속을 지켜 꼭 다시 감비아를 가고 싶다.

서로 다른 신기한 문화나 삶도 배울 점이 많고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에 남는 것은 필자가 만난 사람들이 아닐까. 10편을 마지막으로 감비아 체험기를 마치려 한다. 그동안의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리며 감비아 생생체험기의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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