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급성말라리아

▲ 윗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자타

아프리카에 오기 전 말라리아모기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약만 먹으면 살 수 있지만 약값 350달라시스(한화 3천원)이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는다.

지부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라민 이라는 동네에 머물며 자타(현지친구)의 집에서 일손을 도왔다.아침으로 자타가 만들어준 샌드위치를 먹고 본격적으로 밭일을 도우기 위해 나섰다.

그런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더니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아침을 잘못 먹은 탓일까. 화장실로 달려가 속을 게워냈다.

손으로 배를 쓸며 밭으로 향한다. 이번에는 배가 부글부글 끓는다. 설사를 할 것만 같다. 배를 부여잡고 다시 화장실로 다급히 달려간다.

볼일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면 열 걸음도 채 못걷고 다시 뒤돌아 화장실로 향한다. 반복되는 화장실행. 친구들이 일하는 밭 근처는 얼씬도 못하고 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자타는 걱정이 됐는지 내게 다가왔다.

“다은아. 괜찮아? 너는 오늘 쉬는게 좋겠어”“미안해. 도와주고 싶었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어” 자타의 부축으로 방에 누워 이불을 덮었다.손발이 점점 차가워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불을 겹겹이 덮고 있어도 춥다. “다은아. 아무래도 너 병원가야겠다” 보다 못한 자타가 한마디했다. 그녀의 부축으로 가까스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병원에 도착해 피검사를 했다.

“김다은님. 급성 말라리아입니다”이럴 수가. 정말 말로만 듣던 말라리아에 걸렸단 말인가.

집에 오자마자 약을 삼켰다. 삼키자마자 그대로 게워냈다. ‘이러다 죽는구나!’싶었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할 힘도 없어 그대로 바닥에 누웠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땐 새벽 2시. 팔에는 링거가 꼽혀 있었다. 곧이어 방문이 열렸다. “다은아 괜찮아?” 걱정 가득한 얼굴의 자타가 보인다.

팔에 꼽힌 링거는 뭐냐는 내 질문에 자타는 비를 뚫고 아무것도 먹을 수 없어 쓰러져 있는 날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 링거를 사왔다고 한다.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나를 위해 밤새 간호했을 자타, 거금을 털어 약과 링거액을 샀을 자타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하다.

3일 동안 죽다 살아난 나는 자타를 꼭 안았다. “그동안 날 간호해줘서 정말 고마워” 지부로 돌아왔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라민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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