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감비아에 도착하다

비행기가 뜨기 20분 전, 비행기로 통하는 통로 앞. 저 멀리서 황열병 카드를 손에 꼭 쥔 채 숨을 헐떡이며 다급히 달려오는 단원의 얼굴이 보였다.

그 순간 잔뜩 긴장으로 죄여있던 마음이 푹 놓였다. 다행이었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다. 12시간 쯤 지났을까. “세네갈 국제공항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 도착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잔뜩 긴장이 됐다. 아프리카 다녀온 선배의 충고가 문득 생각이 났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짐을 들어준다고 하면 괜찮다고 해야 돼” 한 사람당 기내가방과, 내 키의 반절이나 되는 육중한 3단 가방을 챙겨 나가려고 하는 찰나였다.

까만 반팔 티에 바지는 엉덩이쯤 걸치고 허리띠를 졸라맨 체격이 건장한 아프리카 남자 두 명이 네게 다가왔다. “제가 도와줄게요”라며 내 가방을 덥석 잡았다. 나는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했지만 이미 저벅저벅 앞서 걸어갔다.

공항 밖으로 나오자, 아니나 다를까 그는 돈을 요구했다.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미안하지만 우리는 자원봉사자입니다. 돈이 없어요”라고 말하자 어이없다는 듯 툴툴대며 돌아갔다. 그냥 가줘서 속으로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공항에서 감비아 국경까지 6시간동안 택시로 이동했다. 카니발 사이즈의 큰 택시였다. 도로 상황은 차가 다닐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만큼 울퉁불퉁 돌바닥의 연속이었다. 6시간동안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에는 지부장님께서 나와 계셨다. 낯선 곳에서 한국 사람을 보니까 너무 반가웠다. 인사를 나눈 뒤 짐을 싣고 지부가 있는 파자라(Fajara)라는 동네로 이동했다. 흙바닥에 겨우 몇 그루 꼽혀있는 나무들을 지나 번화가로 들어섰다.

높은 건물들도 많고, 사람들도 북적북적 거렸다. ‘드디어 아프리카에 왔구나’싶었다. TV속에서만 봤던 흙집의 아프리카가 아니었다. 빨간 벽돌과 조립식 건물로 지어진 집, 높은 빌딩들은 발전된 아프리카의 모습이었다.

생각에 잠겨있는 찰나 “다은아 얼른내려!” 단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에서 내리자 동네아이들이 우리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는지 우루루 모여들었다.

“안녕 얘들아, 우리는 한국에서 왔어” 아이들은 하얀 이를 씨익 드러내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러더니 20명, 30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내 온몸에 붙어 머리카락부터 볼, 팔, 다리 손이 닿는 곳은 어디든 만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는 흙 장난친 아이들의 손으로 인해 흙투성이가 되고 말았다.

시작부터 거친 환영을 받으며 겨우 내가 지낼 방으로 들어섰다. 짐을 대충 던져놓고 누워 앞으로의 나날들을 생각해본다. 순탄치 않으리라. 어떤 일들이 나를 마주하고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 그렇게 스르륵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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