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건기와 우기 (상)

건기 고온건조·극심한 가뭄우기 집중폭우…피난민 발생최악 기후상황고달픈 생계

열대지방은 사계절의 구분이 없는 대신 건기와 우기가 존재한다.

특히 부르키나파소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한 열대기후를 가지고 있다. 기온은 북쪽으로 갈수록 높고 강수량도 적어진다.

한국을 떠나 태국-케냐-가나를 거쳐서 드디어 부르키나파소에 도착했을 때는 2월 중순이었다.

도시는 40℃이상의 온도로 우리나라 사우나나 찜질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열기였다. 이때가 부르키나파소의 건기였다.

11월부터 5월까지는 건기로 최고 50℃이상까지 오르는 혹서의 계절이다.

특히 5월, 6월이 되면 1년 중 가장 더운 날씨로 숨이 턱턱 막혀오는 지옥의 더위를 맛볼 수 있다.

국토의 4분의 1 이상이 사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척박한 부르키나파소 땅에 건기가 찾아오면 풀들이 바싹 마르고 모든 자연이 누렇게 변한다.

날씨도 건조하고 덥고 아주 극심한 가뭄을 가져온다.

하지만 부르키나파소도 주구장창 더운 것만은 아니다. 11월부터 2월까지 건조하고 냉랭한 겨울이 찾아온다.

이 시기에는 평균 기온이 24℃를 웃돌아 우리나라 여름 날씨와 비슷하지만 현지인들은 모두 덜덜 떨며 털모자와 패딩을 챙겨 입곤 한다. 건조하기는 얼마나 건조한지 코안 쪽이 쩍쩍 갈라져 피가 나는 것을 일쑤이다.

우기는 6월부터 10월로 600~900mm 가량의 비가 내린다. 건기와는 반대로 매일같이 구름이 끼며 비가 자주 내린다. 우기 때 내리는 비는 소나기성 강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엄청난 양의 폭우로 인해 흙으로 쌓아올린 집들이 침수가 되는 등 홍수피해로 많은 사람들이 난민이 된다.

처음 부르키나파소에서 우기를 맞이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6월의 어느 날이었다. 그동안 먹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이 맑은 하늘에 그날따라 꺼뭇한 구름 몇 점이 보였다. 어김없이 무더운 날씨에 벤치에 늘어져 현지인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아스라는 친구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이 시작됐어. 다들 빨리 준비하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밖에서 대화를 나누던 친구들, 방안에서 낮잠을 자던 친구, 공부하던 아이, 온 식구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뛰어나오더니 부랴부랴 뭔일을 하려는지 부산하게 움직였다.

천으로 물건을 덮고 모든 창문을 닫고 집안에 있는 양동이, 그릇을 다 꺼내왔다. 그리곤 다들 머리에 천을 두른 채 얼굴을 가리며 마당 모퉁이에 모여서 뭔가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나와 동료들은 어리둥절한 채 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불안한 마음으로 우두커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대체 뭐가 온다는 얘기일까. 그들이 기다리는건 뭐였을까.

저작권자 © 우리군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