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노동을 위해 태어난 아이들

우물가에 물을 기르기 위해 나온 아이들이 펌프질도 못하는 필자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몰려들고 있다.

생활고로 3~4살 때부터 집안일어린아이 팔근육의 비밀은물 긷기 위한 펌프질로부터

가난한 나라일 수록, 시대에 뒤떨어질 수록 아이들에 대한 노동력착취가 증가한다고 한다.

우리 부모세대 역시 그랬다. 필자의 아버지도 늘 “장성 북이면 온 들판 논두렁은 다 내가 소 꼴베러 다니던 곳이었다” 라거나 “어릴때부터 너희 할아버지랑 논에 다니면서 물꼬를 보곤 했단다”라고 무슨 말인지 알듯 말듯한 얘기를 하곤 했다.

그럴때 마다 아버지의 말을 귀담아 듣기 보다는 “아, 예,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아빠가 살던 시대하고는 다르잖아요.”라고 약간 반항적인 대꾸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7살에 논두렁을 돌아다녔다는 얘기가 이곳 브루키나파소 아이들의 현재의 삶과 딱 맞는 얘기여서 깜짝 놀랐다.

여기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50년 전 아버지가 했을법한 일들을 직접 볼 수있는 행운을 얻었기 때문이다.

더운 나라이다보니 옷은 그냥 대충 걸치고 다닌다. 7살 이하 아이들은 그냥 ‘꽤복쟁이’들이다. 신발도 없이 맨발로 다닌다. 그래도 모두가 다 해야 할 일이 있다.

3~4살 먹었더도 뭔가를 해야 한다. 엄마나 누나ㆍ형아가 물을 뜨러 갈때면 3살 아이도 바가지를 들고 따라 나선다. 불쌍한 모습이지만 그들은 그게 즐거운 모양이다.

웃고 떠들고, 히히덕 거리고. 그렇게 한 순간만이라도 즐거움이 있어야 힘들지 않을테니 그나마 다행이긴 하다.

그래서일까. 남자 아이들이나 여자아이들 모두가 한 근육씩 한다. 팔뚝에 근육이 단단히 박혀 있다. 일을 많이 했음을 단번에 알 수있다.

힘도 좋다. 어린아이들도 무거운 물건을 거뜬히 들고 다닌다. 7살쯤 되는 아이들과 본의 아니게 힘자랑 했다가 낭패본 일이 생각난다.

그 마을에 공동우물이 하나 있다. 우리 시골에도 한때 ‘작두질’하는 공동 샘이 있었다. 지금은 수돗물이 공급돼 볼 수없지만 이곳에는 선진문물로 마을 주민들에게 요긴하게 쓰이고 있는 게 이 ‘작두질’하는 샘이다.

물을 뜨러 갔더니 7살 먹은 갸얘땅이라는 아이가 열심히 펌프질을 해서 물을 한 바께스에 받고 있다.

필자는 아이가 힘들어보여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에 “갸얘땅. 너 참 잘하는구나. 힘들지. 누나가 해줄께” “아니에요. 누나. 누나는 힘이 없어 못해요. 하지 마세요.”라고 말린다. “아냐. 뭐 이정도 가지고 그래. 난 할 수있어. 잘 봐봐.”

옷을 걷어 부치고 쇠 부위를 잡고 힘껏 눌렀다. 그랬는데 웬걸. 작두질 자체가 되질 않는다. 꿈쩍도 안한다. 갸얘땅은 쉽게 올렸다 내렸다 하며 물을 받았는데 왜 안되지?.

낑낑거리며 온몸을 써서 내려봐도 움직일 줄을 모른다. 몇분을 낑낑거렸을까. 갑자기 마치 월드컵 때 우리선수가 한골을 넣은 뒤 터져 나오는 탄성같은 웃음소리에 깜짝놀라 뒤를 돌아봤다.

언제 몰려왔는 지 옆에 있는 학교에서 초등학생 100여 명이 달려들어 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녀석들이 내가 물을 품지 못하는 것을 보며 얼마나 크게 웃으며 깔깔거리던지. 노동력의 강도가 얼마나 센지 비로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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