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후끈한 열기와 야자수 나무, 아프리카 특유의 흙냄새가 풍긴다. 정겹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혹시 어릴적 티비에서 봤던 ‘동물의 왕국’속 사자가 기린과 얼룩말을 쫓다가 갑자기 방향을 틀어 나를 공격하면 어떨까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런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가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공항 안내방송에 영어멘트가 나온다. ‘콘그레츄레이션’ 뭐라뭐라 하는 거 보니 아마도 그러는 것 같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마침내 공항 밖으로 나왔다.

공항 일대 가로수인 야자수 나무가 반긴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전경이 낯설지 않다.

드넓은 초원에 누우 떼가 풀을 뜯고 그 옆에 호시탐탐 먹이를 노리는 사자 무리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높은 빌딩에 상가건물, 신호등이 보인다.

우리 일행이 탄 차량을 추월해 씽씽 지나가는 택시들. ‘부앙~’ 소리를 내며 내달리는 오토바이들. 그렇지 않아도 긴장하고 있는 우리를 더욱 땀나게 했다.

도착 10분 만에 아프리카 가나도 우리와 똑같은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 가나도 소설가 황석영의 책 제목처럼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20대 후반쯤 되는 흑인 운전기사가 묻는다. 흰 셔츠에 성장을 멈추고 눌러 앉기로 작정한 듯한 갈색의 곱슬머리가 우리와 전혀 다른 종임을 깨닫게 한다.

굵은 금 목걸이를 목에 걸쳤고 금빛 시계도 왼손목에서 반짝반짝 빛난다. 마치 부자임을 과시하는 듯한 패션이다.

거기에 껌을 하염없이 씹는 폼이 세상 번뇌 다 내려놓은 듯하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렸을까. 드디어 IYF가나지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어디가 문인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프리카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차를 에워싸고 전통 춤과 노래를 부르며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시원한 코코넛을 하나씩 건네주며 반겨주었다.

그 중에는 하얀 피부가 신기했는지 내 볼과 팔을 콕콕 쑤시고 만져보며 커다란 눈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변은진이라고 합니다”

정신없이 격한 환영식을 치르고 나서야 지부장님과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부장님은 환영한다며 씩 웃었다.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들어가니 시원하다. 높은 천장건물에 소파, 싱크대, 사무실용 책상 등이 우리나라 여느 가정집 못지않다.

시원한 차를 내온다. 특이한 향이 난다. 마시니 폐 속까지 시원하다. 그러고 보니 몇 시간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왔음을 깨달았다.

사택 소파에 앉으니 비로소 한국을 떠나 아프리카에 왔음을 실감했다.

문득 고향 땅과 부모님, 대학 친구들, 대학캠퍼스 전경 등이 주마등처럼 흘러간다. 하지만 그런 감상에 젖을 시간이 많지 않을 듯 싶다.

부르키나파소를 가기까지 아직 긴 여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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